TPU란 무엇인가: 구글 AI 반도체 쉽게 이해하기
요즘 AI 이야기를 들으면 CPU, GPU, 가속기 같은 용어가 쏟아지고, 그중에는 구글 TPU라는 이름도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막상 “TPU가 정확히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AI에 쓰이는 칩인가 보다” 정도만 떠오르고 구체적인 그림은 잘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CPU·GPU와는 어떻게 다른지, 왜 구글은 굳이 전용 칩을 따로 만들어서 데이터센터에 넣었는지도 궁금해지죠.
이 글에서는 수식이나 회로 설계 지식이 없어도 따라올 수 있도록, TPU를 “AI 전용 계산 공장”이라고 생각하고 천천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TPU가 등장한 배경부터 내부 구조, GPU와의 차이, 실제로 어디에 쓰이는지, 클라우드에서 개발자가 어떻게 사용하는지까지, 처음 읽는 분도 머릿속에 하나의 흐름이 그려지도록 단계별로 정리했습니다.
특히 “AI 반도체”라는 말을 처음 접하는 분을 기준으로, 전문 용어가 나오면 바로 옆에서 쉽게 다시 풀어 설명합니다.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뉴스나 기술 글에서 TPU라는 단어를 봐도 “아, 저게 바로 그 딥러닝 전용 칩이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TPU 한 줄 정의와 기본 개념
TPU는 Tensor Processing Unit의 약자로, “텐서(행렬) 연산에 특화된 처리 장치”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딥러닝 모델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거대한 행렬끼리 곱하고 더하는 계산인데, TPU는 바로 이 연산을 최대한 빠르고 전력 효율 좋게 처리하도록 설계된 AI 전용 칩입니다. 즉, 특정 종류의 계산만 정말 잘하는 “전문가형 계산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CPU는 워드 작성, 웹 브라우징, 압축 풀기, 가벼운 연산 등 온갖 일을 두루 처리하는 만능형 칩입니다. GPU는 원래 화면에 화려한 그래픽을 그리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동시에 수천 개의 연산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능력이 커서, 이후 딥러닝 연산에도 많이 쓰이게 되었습니다. TPU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처음부터 “신경망 연산만 잘하자”라는 목표로 설계된 전용 칩입니다.
정리해 보면, TPU를 이해하는 첫 단추는 “무슨 일을 잘하도록 만들어졌냐”입니다. 일상적인 앱 실행이나 웹 브라우징에는 거의 쓰이지 않고, 거대한 신경망을 빠르게 돌리는 데만 집중합니다. 그래서 집에 있는 노트북 안에는 TPU가 없고, 대신 구글 데이터센터 같은 곳에서 여러 개가 묶여서 서버 속에 들어가 있는 모습이 더 익숙한 형태입니다.
- CPU: 두루두루 다양한 일을 처리하는 만능형 칩
- GPU: 그래픽·병렬 연산에 강한 칩, 딥러닝에도 널리 사용
- TPU: 행렬(텐서) 연산만을 위해 최적화된 AI 전용 가속기
TPU가 만들어진 배경: 왜 필요한가
구글은 2010년대 중반부터 음성 인식, 자동 번역, 사진 검색, 추천 시스템 등 여러 서비스에 딥러닝 기술을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사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그리고 모델이 커질수록 필요한 연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단순히 서버를 조금 더 늘리는 수준으로는, 전기요금과 장비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GPU를 사용해 연산을 빠르게 만드는 시도는 이미 있었지만, GPU는 그래픽·과학 계산·게임 렌더링 등 여러 용도를 고려해 만들어진 칩입니다. 딥러닝에 잘 맞기는 하지만, “그 용도만”을 위해 완전히 최적화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구글 입장에서는 검색, 유튜브, 번역처럼 매일 수십억 번씩 실행되는 신경망 연산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별도의 전용 엔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해법이 TPU입니다. 이미 학습이 끝난 모델을 실시간 서비스에서 빠르게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첫 세대 TPU는, 같은 전력으로 훨씬 더 많은 요청을 처리하게 해 줬습니다. 덕분에 구글은 “비용과 전력”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에 덜 묶인 채, 검색 결과 품질 향상이나 번역 정확도 개선에 딥러닝을 더 폭넓게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TPU가 왜 필요한지 한 줄로 정리하면,
- 딥러닝 서비스가 커질수록 계산량과 전력 소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 이를 감당하기 위해 “신경망 연산 전용으로 더 효율적인 칩”이 필요했고
- 그 역할을 맡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TPU라고 볼 수 있습니다.
TPU 내부 구조: 시소릭 배열과 메모리 이해하기
TPU의 심장부에는 시소릭 배열(systolic array)이라는 특별한 연산 장치가 있습니다. 수백 × 수백 개의 작은 연산 유닛이 격자처럼 빽빽하게 배치되어 있고, 데이터가 이 격자를 따라 “심장 박동처럼” 일정한 리듬으로 흘러가면서 곱셈과 덧셈을 반복합니다. 이 구조 덕분에 아주 큰 행렬 곱도 일정한 패턴으로 매우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신경망 레이어를 통과할 때 내부에서는 수많은 곱셈·덧셈이 일어납니다. CPU라면 이 연산을 일일이 순차적으로 처리해야 하지만, TPU의 시소릭 배열에서는 각 연산 유닛이 “한 칸씩” 역할을 나눠 맡아 동시에 계산을 진행합니다. 마치 조립 라인에서 부품을 조금씩 추가하면서 완성품을 만들어 내듯, 데이터가 배열을 흘러가며 점점 결과값에 가까워지는 식입니다.
이런 연산 유닛 주변에는 중간 결과와 가중치(Weight)를 담아 두는 메모리, 그리고 외부 메모리·네트워크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제어 로직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결국 TPU 하나를 통째로 보면, “신경망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입력·가중치·중간 결과)를 안팎으로 주고받으면서, 내부에서는 시소릭 배열이 행렬 곱을 쉴 새 없이 수행하는 작은 공장”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수·부동소수점, 그리고 연산 효율
초기 TPU는 8비트 정수 연산에 최적화되어 있었습니다. “8비트면 너무 부정확하지 않나?”라는 걱정이 들 수 있지만, 실제로 많은 딥러닝 모델은 정밀도를 조금 줄이더라도 전체적인 결과 품질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점을 활용해, TPU는 필요한 정확도 대비 더 낮은 비트 수로 연산을 수행하고, 그만큼 더 많은 연산을 같은 전력 안에서 처리할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이후 세대의 TPU에서는 부동소수점 연산도 함께 지원하며, 다양한 모델과 학습 방식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능이 확장되었습니다. 다만 기본 철학은 같습니다. “딥러닝에서 자주 쓰이는 연산 패턴을 미리 알고 있다면, 그 패턴에 딱 맞는 회로를 짜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돌리자”라는 생각이 TPU 설계 전체를 관통합니다.
TPU와 GPU 비교: 범용 vs 전용
TPU와 GPU를 단순히 “누가 더 빠르냐”로 비교하면 헷갈리기 쉽습니다. 두 칩은 태생부터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GPU는 원래 3D 그래픽을 실시간으로 그리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픽셀·버텍스를 동시에 계산해야 했기 때문에 병렬 연산에 강한 구조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과학 계산, 암호화, 딥러닝 등 다른 분야에서도 자연스럽게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반대로 TPU는 처음부터 “신경망 연산만을 위한 칩”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래픽 렌더링이나 기타 복잡한 범용 연산에 필요한 기능은 과감히 줄이고, 행렬 곱과 같은 텐서 연산에 필요한 부분만 남겨 최대한 단순하고 효율적으로 설계했습니다. 그 결과, 딥러닝에서 자주 등장하는 연산 패턴에 대해서는 GPU보다 더 높은 전력 효율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관점에서의 차이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GPU는 여러 프레임워크(PyTorch, TensorFlow, CUDA 등)에서 폭넓게 지원되기 때문에 실험·연구·프로토타입에 매우 편리합니다. 다양한 라이브러리와 예제가 이미 잘 구축되어 있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험해 보는 용도”로는 아직도 GPU가 주력입니다.
반면 TPU는 구글 생태계, 특히 텐서플로(TensorFlow)나 JAX 기반 워크로드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 접근하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한 번 워크로드를 잘 맞춰두면, 대규모 학습·추론을 장기간 돌릴 때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즉, “최대한 폭넓게 쓰고 싶은가, 아니면 특정 패턴에 맞춰 효율을 극대화하고 싶은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TPU 세대별 발전과 아키텍처 변화
TPU는 한 세대씩 발전하면서 “어떤 작업에 초점을 두느냐”와 “얼마나 크게 확장할 수 있느냐”가 함께 변해 왔습니다. 초기 세대는 주로 이미 학습이 끝난 모델을 빠르게 실행하는 추론(inference) 위주였지만, 이후 세대에서는 대규모 모델의 학습(training)까지 지원하도록 기능이 확장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중간 세대의 TPU에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통합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양과 속도를 크게 끌어올렸고, 여러 개의 TPU 칩을 고속 네트워크로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연산 클러스터처럼 묶어 쓰는 구성이 본격적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이를 흔히 TPU 팟(pod)이라고 부르며, 하나의 팟이 하나의 슈퍼컴퓨터 급 성능을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세대가 바뀔수록 세부적인 수치(연산량, 메모리 대역폭, 소비전력)는 계속 달라지지만, 흐름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더 큰 모델을, 더 빠르게, 더 적은 전력으로 학습·추론할 수 있도록” 연산 성능과 메모리, 네트워크 확장성이 함께 증가해 왔습니다. 최근 세대 TPU는 특히 대규모 언어모델, 멀티모달 모델처럼 파라미터 수가 매우 큰 모델을 안정적으로 학습·서빙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딱 외워야 할 숫자는 없습니다. 다만 TPU 이야기가 나올 때 “이 세대는 주로 추론용인지, 학습까지 염두에 둔 것인지”, “단일 칩 기준인지, 여러 개를 묶은 팟 기준인지” 정도만 구분해 보아도, 기술 뉴스나 발표자료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클라우드에서 TPU를 사용하는 방식
지금은 구글 내부 서비스뿐 아니라 외부 개발자도 Cloud TPU라는 이름으로 TPU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콘솔이나 API를 통해 TPU 코어를 일정 시간 동안 임대하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서버를 빌리듯이 TPU 리소스를 요청해서 딥러닝 모델 학습·추론에 활용합니다.
개발자는 텐서플로나 JAX 같은 프레임워크에서 TPU를 타깃으로 지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코드를 TPU용으로 일일이 다시 짤 필요는 없고, “어떤 연산을 어떤 장치에서 실행할지”를 프레임워크가 알아서 나눠 주는 구조입니다. 다만 TPU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려면, 배치 크기, 데이터 입력 방식, 모델 구조 등을 어느 정도 맞춰주는 튜닝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한편 TPU는 다른 클라우드 자원과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TPU에서 대규모 모델을 학습한 뒤, 실제 서비스 트래픽은 CPU나 GPU 기반 인프라에서 처리하는 구성도 있고, 반대로 추론까지 TPU에 맡겨서 지연 시간을 줄이는 방식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단계에서, 어떤 종류의 연산을, 어떤 수준의 규모로 처리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조합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TPU와 GPU, 실제 현장에서의 역할 나누기
실제로는 “TPU가 GPU를 대체한다”는 식으로 보기보다는,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도구들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훨씬 현실에 가깝습니다. 연구실이나 스타트업, 개인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여러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도해 보고, 다양한 프레임워크를 자유롭게 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생태계가 넓고 범용성이 높은 GPU가 여전히 중심입니다.
반대로 구글처럼 거대한 규모의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구글 클라우드 생태계에 맞춰 워크로드를 구성한 경우에는 TPU가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한 번 구조를 잘 짜 두면, 동일한 작업을 장기간 반복해서 수행할 때 전력·비용 측면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텐서플로나 JAX 기반의 모델을 크게 키우고 오랫동안 학습·추론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TPU의 강점이 두드러집니다.
요약하자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다양한 도구와 섞어 쓰는 단계”에서는 GPU가 편하고, “구성이 어느 정도 굳어졌고, 대규모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돌려야 하는 단계”에서는 TPU가 힘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두 기술은 경쟁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환경과 목적에 따라 함께 쓰이는 도구 상자의 구성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 연구·실험·프로토타입: 생태계가 넓은 GPU 중심
- 대규모 서비스·장기 운용: 구글 생태계에서는 TPU가 중요한 옵션
- 실제 환경에서는 두 기술이 섞여 쓰이며, 역할을 나누는 방향으로 진화
정리: TPU를 이해하기 위한 기준점
지금까지 TPU의 탄생 배경, 내부 구조, GPU와의 차이, 세대별 발전, 클라우드에서의 활용 방식,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의 역할 나누기까지 차근차근 살펴봤습니다. 요약하면, TPU는 딥러닝의 핵심인 행렬 연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글의 AI 전용 반도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구글 서비스와 구글 클라우드 생태계에서는 대규모 모델을 학습·추론하는 엔진 역할을 담당합니다.
앞으로도 AI 모델의 크기와 쓰임새는 계속 커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TPU 같은 전용 가속기와 GPU·CPU는 각자의 강점을 살려 함께 쓰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뉴스나 기술 블로그에서 TPU라는 단어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떤 종류의 연산을, 어느 규모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하려는 상황인지”를 함께 떠올려 보세요. 그러면 단순히 새로운 칩 이름으로 보이던 TPU가, AI 인프라 전체 그림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훨씬 입체적으로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